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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여성인권지원센터
날짜
 
2023-05-09 15: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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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재경 기자의 우리동네 해결사, 창원 서성동 여성인권 기억공간 갈

성매매 집결지는 사라졌지만

폐쇄 후 시민 문화공원 조성 추진 중
공원 내 ‘상징적 공간’ 두고 이견

주민·시민단체 ‘갈라진 마음’

주민 “성매매 흔적 아예 없애야”
시민연대 “상징적 역사 공간 필요”

대화와 설득만이 유일한 출구

본지 취재진 주민 설문 ‘찬반 팽팽’
지역 해결사례 참고해 타협점 찾아야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하고 만드는 문화공원에 작은 갈등의 씨앗이 남게 됐습니다. 마산항 개항 후 117년간 존재했던 도내 유일의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한 뒤 공원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곳,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의 이야기입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집결지를 두고 인권 유린의 현장에 역사를 기록할 공간을 만들어 후세대에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145개 단체가 참여한 시민연대가 나서 인권 교육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죠. 반면 주민들은 성매매 집결지의 흔적을 아예 없애야 한다며 대립하고 있습니다. 긴 세월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하기 위해 합심했던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이제 이상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등을 돌렸습니다. 이대로라면 서로 대화는 단절된 채 상처와 갈등만 남기게 될지도 모릅니다. 타협점은 없을까요? 우리동네 해결사가 고민해 봤습니다.


창원시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철거 뒤 임시 주차장으로 조성된 부지(빈터). 이곳에 ‘여성인권 기억공간’이 추진되다가 중단됐다. 공원조성계획상 교양시설인 기억공간은 유형 및 규모 미정으로 정정됐다.
먼저 성매매 집결지 폐쇄까지의 시간을 전합니다.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는 1905년 마산포구와 삼랑진을 잇는 철도 신설을 전후로 생겨난 유곽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최근까지 긴 세월 도심 한가운데서 불법 성매매가 버젓이 이뤄졌지만, 행정도 경찰도 폐쇄할 엄두를 못 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법의 사각지대는 결국 허물어지고 맙니다. 2019년 본지 기획 보도를 계기로 집결지 폐쇄 논의가 공론화된 이후 경찰에서 강력한 단속과 행정의 개발 정책이 병행되는 등 의지를 갖고 폐쇄를 추진하자 결실을 보게 된 것이죠. 여기에는 주민과 시민단체 합심의 역할도 컸습니다. 집창촌 폐쇄 시도는 업주 등 종사자들의 반발 또는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지만, 이번에는 달랐죠. 궁극적으로 폐쇄에 이른 것은 ‘옳은 일’이라는 사람들의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다음은 집결지 폐쇄 이후의 시간으로 흘러갑니다. 시민들 모두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되돌려준다는 취지로 공원 조성이 결정됐습니다. 주민도 시민연대도 모두 반겼죠.

이 문화공원 안에 시민연대는 상징적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꼭 ‘기억공간’이란 이름이 아니더라도 말이죠.

윤소영 경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단지 공원으로 남게 된다면 후세대들은 역사성, 개혁을 가지고 있었던 열망도 모두 잊어버리게 될 것이란 거죠. 우리는 쉼터이자 교육이나 문화적으로 사람들이 어울리며 발전할 수 있는 공간을 원했던 것”이라며 “행정에서 이를 한 단어로 ‘기억공간’이라 명칭을 한 것입니다. 주민은 행정의 설명만 들었을 때 단순히 집결지를 없앴는데, 성매매 흔적을 남긴다는 식으로 어떤 기억공간을 만든다고 여겨지니 반대가 컸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시민연대는 주민들과 대화를 계속 시도하며 협의점을 찾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창원시는 애초 기억공간 조성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여러 의견을 수렴해 조성 방향(건립 형태)은 나중에 결정하더라도 표지석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죠. 그러나 이마저도 현재로선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공원은 서성동 84의 61 일원 1만1144㎡에 시비 250억원을 들여 오는 2024년 12월까지 만들 계획입니다. 시는 애초 계획에 여성인권 기억공간은 반영하지 않았지만, 시민연대의 의견을 반영해 지난 1월 ‘창원도시계획시설(문화공원) 공원조성계획 결정 및 지형도면 고시’를 발표하고, 교양시설 165㎡ 부지에 (여성인권)기억 공간을 포함시켰습니다.

이 위치는 집결지 내 최대 업소가 있던 곳이라 역사성이나 교육성 측면에서 상징성이 크다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시는 주민들의 반대에 부닥치자, 2월 15일 교양시설 기억 공간의 비고란에 확정된 것은 아니란 취지로 ‘유형 및 규모 미정’이라 정정 고시를 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에 따르면, 지난달 3일 주민자치위원회와 통장, 축제위원회 등이 주축이 돼 오동동(행정동) 주민 4593명의 반대 서명서를 제출했다고 합니다.

시는 주민들 사이 성매매 집결지의 문화·역사 기록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시의 판단 근거에 대해선 공원 개발 방침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라 여성인권 관련 시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우세했을지 모른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여론이 어떻게 변화됐을지 모른다는 것이죠. 더욱이 시에 제출된 것은 반대 서명만 있지만, 찬성하는 주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래서 동네 분위기가 어떤지 파악하기 위해 취재진이 주민과 상인 등 10명을 만나 자체적인 찬반 설문조사를 진행해 봤습니다. 답변에 20~70대 다양한 세대가 참여했습니다. 그 결과 10명 중 5명은 반대했지만, 4명은 찬성, 1명은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성매매 흔적이 남기 때문에’, ‘원래 공간이 좋지 않아서’ 등 이유로 반대가 우세했지만 의외로 찬반 응답이 팽팽했습니다.

취재진은 주민과 시민단체가 갈라진 마음을 모을 수 있도록 이번 기사화를 결정했습니다. 그 노력이 더 나은 지역사회를 만든다고 믿으니까요. 그리고 이번 판단에 참고할 만한 지역사회의 경험담을 나누기로 했습니다.

먼저 인근 동네에서 상인과 시민단체 간 극심한 마찰을 빚었던 오동동 평화의 소녀상(인권자주평화다짐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소녀상도 지어지기 전엔 일부 상인이 “경건한 곳에 모셔야 한다”라며 극구 반대했지만, 2년간 설득한 끝에 2015년 오동동 문화의 거리에 세워질 수 있었죠. 이 소녀상은 타지에서 인수 의사를 밝히기도 했는데, 하마터면 머나먼 해외 자매도시로 보내질 뻔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설득 노력 끝에 소녀상은 안식처를 찾을 수 있었죠.

또, 이와 반대로 2018년 용호동 정우상가 앞에 세워진 경남의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의 경우 인근 상인들이 나서 “이념적 갈등으로 일부가 반대하더라도 적극 설득하고, 상인과 보행자 등 모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두 팔 벌려 안아줬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주민들이 양보하거나 무조건적인 희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문화공원에 무엇을 담을지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입니다. 시는 갈등을 조절하거나 지혜로운 대안을 내놓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동네.SSUL] 117년간 존재한 성매매 집결지 폐쇄는 했는데... 공간은 어떻게 활용합니까?
취재수첩

1. 주민들의 아픈 기억, 성매매 집결지를 바라보던 시선. 과거 기자가 취재하며 만났던 한 주민은 “저것(성매매 집결지)만 없어지면 대한민국 만세다”라고 말할 정도.

2. 시민연대는 지난달 27일 창원시장과 면담. 상징적인 공간은 꼭 필요해서 주민들 쉼터가 될 수 있고 다양한 문화체험이나 여성인권 전시 활동 등도 가능한 복합 커뮤니티센터로 대안을 제시했다고.

글·사진= 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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