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여성인권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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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5-06-14 15: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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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에게 호소합니다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에게 호소합니다

독자 webmaster@idomin.com

제발 가정폭력을 당하면 집에서 끙끙거리지 말고 나와서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도와줄 사람이 보이는 곳으로 나와서 도움을 청해주세요.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을 만들 때까지 참았던 것은 그 순간 물거품이 되어버립니다. 참고 산 세월을 누가 보상해주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되어 벌을 받아야 하는 또 다른 고난이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이번에 마산에서 또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여 나는 정말 가슴이 미어지고 눈앞이 캄캄합니다.

그 동안 가정폭력에 대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며, 더 이상 가정폭력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지역의 여성상담기관들이 무던히도 애써 왔는데 너무합니다. 우리의 목소리가 그렇게 약했는지요? 우리가 돕겠다고 외치던 소리가 들리지 않았는지요? 왜 나와서 도움을 청하지 않고 남편을 해치고야 말았습니까.

나는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추스르며 이제 법에 또 호소합니다.

남편을 해치기 전, 이 여성은 새벽에 두 시간 동안 각목으로 떡이 되도록 맞아 갈비뼈가 두 대 부러지고 머리가 터져 유혈이 낭자한 상태에서 강간을 당했습니다. 남편이 전화선을 뽑고 휴대폰도 망가뜨려 놓아 어디 신고를 할 수도 없었습니다. 남편이 할 만큼하고 곯아떨어진 모습에 치욕적인 분노가 끓어올라 제정신을 잃어버렸습니다. 결혼 후 10년간 의처증으로 괴롭힘을 당해 눌려왔던 분노가 순간적인 행동으로 폭발한 후, 정신을 차리고 남편의 휴대폰으로 자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여성은 각목으로 맞은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치료부터 해야 할 상태입니다. 피의자라고는 하나 입원하여 치료를 받아야 마땅하므로 불구속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뿐만 아니라 감금과 폭력이 이어진 삶에서 얻은 정신적인 치료가 따라야 한다고 봅니다.

이 여성의 학대받는 생활은 형제들 뿐 아니라 이웃에서도 널리 알고 있을 정도로 포악했습니다. 하지만 그 횡포가 다른 사람에게 미칠까봐 달리 손을 쓰지 못하고 혼자 견뎌야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비록 잠이 든 상태에서 살해했다고 하지만 몇 시간 동안 가해진 폭력, 더구나 피투성이인 채로 성관계를 당하고 난 후 인간의 가장 밑바닥으로 떨어진 굴욕감에서 제정신이 아닌 상태의 행위였으므로 정당방위에 의한 폭행치사로 봄이 옳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시간적인 차이로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가정폭력을 끊임없이 겪어왔던 피해자 정황이 너무 배려되지 않은 것입니다.

생명을 해친 피의자를 선처해 달라고 법에 호소하는 가슴이 무너져 내립니다. 그러나 가정폭력의 무참한 현실을 너무 많이 보아왔고 절절하게 느끼며 접해왔기에 청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여성은 6살, 8살의 두 딸이 있습니다. 한 방에서 부모의 학대행위를 늘 보아오며 생활한 아이들의 삶도 참 안타깝습니다. 어린것들이 이제 이런 일까지 당하게 되었으니 앞으로의 삶이 걱정스럽습니다. 부디 선처를 바랍니다.

이성을 잃고 사건을 저질렀지만 바로 자수를 하고 깊은 후회에 젖어 있습니다. 늘 부모로 하여 제대로 인격형성이 되지 못할까 아이들을 걱정하며 살아온 엄마입니다.

그리고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에게 다시 한 번 외치고 싶습니다. 집 밖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도록 도움을 요청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제발!

/황광지(가톨릭여성회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