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여성인권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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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14 09:4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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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제는 성병확산도 성매매특별법 시행탓이란다.

※ 이 글은 다시함께센터 조진경 소장이 오마이뉴스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우리사회에서 발생되는 온갖 문제는 모두 이 법 때문이라고들 한다. 여기에는 업주를 포함한 성매매 영업 관련자들이나, 공무원 또는 일반 직장인들이나 예외가 없다.

심정은 이해가 간다. 업주들이나 성매매영업 관련자들 입장에서야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수천억원대의 돈을 벌수 있었던 성매매를 못하게 하니 얼마나 복장이 터지겠는가.

또한 선량하고 성실한(?) 직장인들의 입장에서는 유일한 놀이문화였던 성매매를 못하게 하는데 화 안날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2004년 11월 18일 서울 명동 거리에서 열린 성매매 없는 사회만들기 시민연대 발족식을 겸한 'STOP 성매매! 종이학 프로젝트'.

그것도 옛날처럼 법이 있어도 말로만 하지 말라고 했던 시대와 다르게 정말 못하게 하겠다고 정부가 난리를 치니 그 화남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러니 뭐든 탓하고 싶지 않겠는가.

모든 문제는 성매매특별법 탓? 해도 너무해

그래서 그 심정은 이해가 간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지켜보니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가 망할거라고 협박하질 않나, 성폭력이 늘어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질 않나(성매매를 못하게 하면 성폭력이 늘 것이라는 주장은, 역으로 보면 성폭력하겠다는 주장이지 무엇이겠는가!), '풍선효과'가 일어났다는 둥, 음성화됐다는 둥,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성병 확산도 성매매특별법 탓이라고 한다.

아무리 싫고 미워도 사실을 왜곡하지는 말아야 한다.

최근 질병관리본부의 한 보고서가 제출되면서 보이는 행태는 천박하기 그지없다. 그저 모든 원인을 꼴보기 싫은 성매매특별법에만 돌리는 전형적인 예이다.

질병관리본부는 2005년도에 성병 검진 등록 관리 대상자수가 2003년에 비해 5만명 가까이 줄었다고 보고하면서 그 원인을 "성매매방지특별법으로 성매매가 불법으로 금지되자, 성매매 여성들이 각 시.도 보건소에 등록을 기피하면서 벌어진 바람직 하지 않은 현상"이라고 설명했다("성병관리에 구멍 뚫리나" <연합뉴스> 7월 13일자).

질병관리본부 측은 "성병 정기검진 관리 대상자로 등록도 하지 않은 채 음성적으로 성매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자 언론에서는 마치 전 국민이 성병에 감염될 듯한 위기의식을 부추기고 있다. 필자는 이런 대응을 보면서 잠시 몇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성매매특별법으로 성매매가 불법이 됐다고?

먼저 질병관리본부측의 분석에 대해서다. 우리사회에서 성매매는 성매매특별법 제정 전부터 불법이었다. 1961년 제정된 윤락행위등방지법은 성매매를 윤리적으로 타락한 행위로 엄격히 금지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공공연히 성매매 집결지를 유지 관리해오며 그곳의 여성들을 구청에 등록시켜 보건소에서 강제 성병검진을 받게 해왔고, 성매매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다방 여종업원, 유흥접객원, 안마시술소의 여종업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등록시켜 성병검진을 강제로 받게 해왔다.

이것은 국가가 집결지에서부터 음성형 성매매까지 모두 관리·감독해왔음을 의미한다. 명백한 실정법 위반일 뿐 아니라 국가에 의해 자행된 인권유린행위이며 국가폭력이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성매매특별법 제정 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런데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질병관리본부 관계자가 성매매특별법으로 성매매가 불법이 돼 음성화 되었다고 하다니 이건 무슨 말인가? 성매매특별법 제정 전에는 한국에서 성매매가 합법이었다는 말인가?

더나아가 성구매자의 구매행위를 돕기 위해 강제 성병검진을 해왔던 구시대의 공공연한 인권유린행위를 지금도 해야한다는 말인가? 이런 발언은 보건당국의 실정법에 대한 부정이며 법집행의 의지 없음과 무능함을 드러낸 말일 뿐이다.

언론의 보도행태는 또 어떠한가? 적어도 여론을 주도하는 책임있는 언론이라면 이 관계자의 발언의 문제점과 보건당국의 무대책, 무능력에 대해 엄밀하게 책임을 묻고 대응책 마련을 촉구해야 하지 않는가?

언론 또한 성매매특별법 제정 전에는 성매매가 합법이었다는 말에 동의한다는 말인가? 아니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가?

질병관리본부 발표 꼬집지 않은 언론도 문제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돼간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논의는 하나도 진전하지 않았다.

그저 갑자기 이상한 법이 생겨서 세상에 온갖 문제들이 발생한다는 말만 외피만 바꿔서 반복할 뿐이며 최근의 기사들은 아예 성매매특별법 제정 전에는 한국 사회에 성매매로 인한 문제가 전혀 없었다는 느낌마저 주고 있다.

성매매로 인해 경제도 잘 돌아가고 있었고, 성폭력 문제도 없었고, 성매매도 모두 양성화 돼 있었고, 성병관리도 다 잘 돼 있었는데 성매매특별법이 갑자기 성매매를 불법화해버려서 이 모든 문제가 발생했다는 식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정말 몰라서 이런 주장을 하는건지 아니면 성매매를 아무렇지도 않게 어떠한 제재도 없이 했던 과거가 너무 그리워서 이런 주장을 하는건지 필자로서는 알 수가 없다. 제발 이성을 되찾길 바란다.

국민 건강·인권 위협하는 건 법 아닌 '성매매'

성매매특별법은 끝없이 발생하는 죽음, 인신매매, 감금, 구금, 폭력, 착취 등의 성매매 현장의 폭력성을 뿌리 뽑기 위해 만들어졌다. 구조화된 성매매 산업에서 희생되는 성매매 종사자들 그리고 국민건강을 위협하며 경제를 왜곡시키고 미래를 상실케 하는 성매매 산업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서 제정됐다.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의 수가 30만명에서 150만명에 이른다는 추정이 있을 정도로 한국의 성매매 산업은 거대하다.

법이 제정됐다고 해서 과거의 모든 문제들이 한꺼번에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은 모든 상식있는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또한 법망을 피하기 위해 온갖 다양한 현상이 발생하며 부작용이 있을 것은 자명하다.

그렇기에 관계 당국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하고 언론은 정확한 분석과 책임있는 보도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