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지난 21일 생일을 맞은 김모(32)씨. 혼자 생일을 보내야 한다는 쓸쓸함에 평소 채팅사이트에서 연락하며 지낸 장모(19)양에게 만나자고 쪽지를 보냈다. 장양은 '이런 경우가 처음인데, 하루 동안 만나 줄 테니 은행계좌로 15만원을 보내라'고 답했다. 김씨가 15만원을 보냈지만, 장양은 한참 뒤 '경찰단속에 걸려 인터넷 뱅킹이 차단됐다'며 다른 계좌로 15만원을 입금하라고 했다. 김씨는 15만원을 추가로 입금했고, 이후 장양은 채팅 사이트에서 접속을 차단하고 사라졌다.
사례2
부산 사상경찰서는 지난 23일 인터넷 메신저로 가출 소녀인 것처럼 속인 뒤 성관계를 미끼로 돈을 뜯어낸 혐의(사기)로 최모(17)양과 김모(2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최양 등은 메신저에 접속한 이혼남 박모(28)씨에게 "가출 소녀인데 차비와 밥값을 보내면 성관계를 하겠다"고 유혹, 20여 차례에 걸쳐 1천900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경찰 조사 결과, 채팅은 남자친구 김씨가 했고, 박씨가 의심할 때마다 최양이 전화를 걸어 안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연말 '만남' 사기 기승
메시지 유혹 돈만 챙겨
미성년자 상대 성매매
제의만 해도 처벌 추진
박씨 등의 사례처럼 각종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조건 만남, 애인 대행 등을 빌미로 돈을 받아 챙긴 뒤 잠적해 버리는 사기 사건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성을 살 수 있다'는 잘못된 충동에서 시작된 채팅 사기의 피해자는 대부분 남성들이다.
하지만 새해부터는 박씨처럼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원조교제'나 성매수를 시도하기만 해도 처벌을 받게 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수 유인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을 담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28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성을 사기 위해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해 아동·청소년들을 유인하거나, 성을 팔도록 권유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매 행위의 90%가 각종 '조건만남', 애인대행 사이트, 채팅 등 인터넷을 통해 이뤄진다는 현실을 고려해 마련됐다.
신고장치도 강화됐다. 아동과 청소년들이 인터넷에서 채팅을 하다 성매매 유혹을 받으면 실시간으로 쉽게 신고할 수 있도록 경찰청과 공동 개발한 신고프로그램인 '유스 키퍼(Youth Keeper)'도 운영된다.
유스 키퍼는 아동·청소년들이 성매수 제의를 받을 경우, '신고 아이콘'을 클릭하면 증거 화면이 이미지로 저장되고 신고 화면이 자동 실행된다. 신고절차를 간소화한 것이다.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청 사이버 상담신고센터(www.117.go.kr)는 범죄 혐의가 있거나 수사가 필요한 사건에 대해서는 고소인 참고조사 등 조사 절차를 진행한다. 장난이나 허위신고를 할 경우 무고죄로 처벌될 수도 있다.
복지부와 경찰청 관계자는 "유스 키퍼 프로그램이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매를 사전에 차단하고 예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대식 기자 pro@busan.com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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