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 2011.01.24

전국적으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이 주춤하고 있는 사이, 남성들의 성적호기심을 이용해 거액의 돈을 가로채는 변종 보이스피싱이 활개를 치고 있다.

A씨(35)는 지난 4일 인터넷 채팅사이트에 접속해 호기심에 한 여성과 채팅을 주고받았다. 이 여성은 A씨에게 ‘조건만남’이 가능하다고 알리면서 만나려면 우선 25만원을 입금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혹시나 의심을 할까봐 자신이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하면 통화할 수 있다며 A씨를 안심시켰다. 이에 A씨는 당장 돈이 없어 후배에게 해당 계좌로 25만원을 입금해 달라고 부탁한 후, 여성에게서 전화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자 A씨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전화를 걸어 환불요청을 했다. 그러자 상대여성은 처음 보낸 금액과 합해 100만원이 넘어야 입금이 가능하다며 추가로 75만원을 입금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서둘러 75만원을 입금한 후 전화를 기다렸지만 이번에는 처음 입금한 사람과 이름이 다르다는 이유를 들어 후배이름으로 다시 75만원을 입금시켰다. 하지만 상대여성은 계속해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추가 입금을 종용시켰고, A씨는 25만원을 돌려받기 위해 이틀에 걸쳐 총 1,000만원이라는 거액을 입금시켰다.

그때서야 사기라는 것을 깨달은 A씨는 결국, 경찰서에 피해 신고를 접수했다. 또 다른 B씨도 같은 수법으로 1,000만원 가량을 날렸으며, C씨도 700만원을 사기 당했다.

이처럼 미모의 여성과 조건만남을 가지려는 단순한 호기심에 피해를 보는 남성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성매매를 빙자한 사기는 남성들이 걸려들더라도 신분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신고를 꺼린다는 허점을 노려 더욱 성행하고 있다.

실제로 피해 남성들은 사기를 당했어도 자신이 처벌을 받을까봐 대부분 신고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피해신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현재는 하루에 1건 꼴로 접수되고 있다. 여성들의 IP를 추적한 결과 대부분 중국이며, 전화는 국내번호로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중국으로 착신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통장도 개설한 곳은 국내지만 대포통장을 이용하고 있어 피해를 입으면 돈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책”이라고 덧붙였다.

전주 덕진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관계자도 “피해자들이 모두 남성이어서 처벌받을 염려나 피해사실을 남에게 밝히기를 꺼려해 신고를 하지 않아 피해자는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30만원을 돌려받으려는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거액을 입금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