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 2011.02.25

스마트폰 데이팅앱의 현주소

스마트폰은 재주가 많다. 단순한 통화기능 외에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해 주고받으며 채팅을 할 수도 있다. 이런 다양한 기능을 엮어서 등장한 것이 이른바 '소셜 데이팅(social dating)' 서비스다. '1km' '후즈히어(Who's here)' '궁합' 등 20~30종의 프로그램(앱)이 '청춘남녀의 건전한 만남'을 표방하며 서비스를 하고 있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앱을 내려받은 뒤 이름·성별·나이 등 기본 정보만 적어넣으면 회원가입이 된다. 작년 12월에 나온 '1km'란 앱은 가입자가 31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이 앱은 자기 주변 반경 1㎞ 내에 있는 이성 친구를 최대 90명까지 보여준다. 사진과 기본 정보를 찾아보고 서로에게 끌리면 전화나 메시지를 주고받아서 직접 만남이 가능하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허모(27·회사원)씨도 최근 '1km' 앱을 아이폰에 내려받았다. 마음에 드는 여자친구를 만날 수 있을지 기대에 부풀었다. 그는 휴대폰 화면에 나타난 여러 사용자 중에 조회 수가 높은 사람을 클릭했다. 그러자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속옷 차림의 여성 사진이 휴대폰에 떠올랐다. 허씨가 자신의 사진을 클릭한 사실을 안 이 여성은 노골적으로 성매매를 권유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내가 다른 사람의 정보를 볼 수 있는 것처럼 내 정보도 다른 사람에게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허씨는 불쾌한 마음에 즉시 프로그램을 삭제해버렸다.

이처럼 일부 회원들이 소셜 데이팅 서비스를 불법적인 성매매나 성희롱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예전에 몇몇 채팅 사이트들이 원조교제나 성매매의 수단으로 변질된 것처럼 스마트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 회사원 박모(30)씨는 "호기심에 '하룻밤에 100만원'이라고 메시지를 올렸더니 즉시 주변에 있는 여성이 구체적인 장소와 조건을 묻는 답변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경기도 하남에 사는 이모(29)씨도 "이성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호기심에 '후즈히어'라는 앱을 내려받았는데 밤낮으로 수십통의 음란 메시지가 날아오는 바람에 앱을 삭제해버린 적이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업체들은 불순한 의도를 지닌 이용자를 신고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문제가 있는 회원은 서비스 접속을 차단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1km' 앱을 개발한 이모션의 서결 팀장은 "혐오스러운 사진을 게재하거나 상대방에게 음란한 제의를 했다가 신고를 당한 회원들이 있어 제재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건전한 서비스가 이뤄지도록 회원 가입 시 성인인증과 본인확인 제도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 박종훈 유해정보심의팀장은 "스마트폰용 앱이 수십만개에 달하기 때문에 일일이 조사하고 처벌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수상한 앱은 가급적 내려받지 말고 피해가 생기면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