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산진구 전포동 도시철도 전포역 인근의 한 대형 원룸 건물. 불법 성매매 현장을 덮친 경찰이 방의 인터폰을 누른 뒤 예약번호를 불러주자 굳게 닫힌 철문이 열렸다. 15평 남짓한 복층 구조의 1층에 침대가 놓여 있어 여느 원룸과 다름없이 평범했다.

단속된 성매매 여성 서 모(24) 씨는 "주택가에 있어 눈에 띄지 않고, 예약한 손님만 받아 단속을 피해 왔다"고 말했다. 건물을 빠져 나와 보니 인근은 아파트촌인데다 초등학교와 고등학교가 200m 거리 내에 있었다.

인근의 또 다른 대형 원룸 건물. 이곳에서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성매수를 원하는 남성의 예약을 받으면 성매매 여성이 원룸에서 대기하는 방식으로 은밀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이 원룸 역시 역세권 주택가에 위치한 데다 초·중학교가 지척인 학교정화구역이어서 불법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고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경찰 집중단속 통해 부산 23곳 첫 적발

부산진·연제·동래·해운대 등 전역서 확인

학교정화구역까지 진출 심각성 드러나


이 건물 경비원은 "거주 세대가 많고 젊은 층이 많이 사는 데다 24시간 통행이 빈번해서 성매매를 의심하기는 어렵다"고 털어놨다.

경찰의 단속 강화로 성매매 집결지가 위축되면서 부산의 성매매 업소가 소규모로 전환해 유흥가나 오피스텔을 거쳐 주택가 원룸으로 숨어들었다가 처음으로 대거 적발됐다.

부산 경찰이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23일까지 실시한 학교 주변 청소년 유해업소 집중단속에서 성인PC방과 게임장, 비디오방 등 모두 393개 업소가 적발됐는데 이중 '성매매 원룸'을 비롯한 키스방, 전립선마사지 등 신변종 업소가 167곳을 차지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에서 오피스텔 1개 층을 전부 빌린 속칭 '강남식 오피스텔 성매매'가 등장해 사회문제화 됐지만 부산에서는 학교와 주택가 인근의 원룸으로 숨어든 소규모 점조직 형태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단속된 신변종 성매매 원룸 업소는 23곳으로 부산진구 부전동과 전포동을 비롯해 연제구 연산동, 동래구 온천동, 해운대구 등 부산전역에 골고루 퍼져 있었다.

동래구 온천동의 성매매 원룸이 들어선 모 오피스텔의 경우 주택가 및 초등학교 2곳과 인접해 있고, 건물 저층에는 피아노·영어·태권도 학원들이 대거 입주해 청소년들이 수시로 출입하고 있었다. 성매매가 우리 생활 속 깊숙이 비집고 들어온 것이다.

성매매 업자들은 유흥업소 전문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한 회원들을 상대로 예약제로만 운영하는 수법으로 경찰의 추적을 따돌렸다. 속칭 '키스방' 등 유사 성행위 업소들이 유흥가에 노골적인 여성 사진을 실은 전단을 뿌려 손님을 유인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또 기존 성매매와 달리 업주 1명이 1∼2명의 여성을 관리하는 소규모인 데다 6개월 미만 단기로 방을 빌린 뒤 수시로 장소를 옮기거나, 업소 이름을 바꿔 단속을 피하기도 했다.

경찰은 "가구와 생활가전이 갖춰져 있고, 50만 원 전후의 월세를 내면 손쉽게 임차할 수 있는 원룸이 성매매 장소로 악용되고 있다"면서 "문제는 점조직 형태로 성매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며칠을 잠복해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적발이 어렵다"고 말했다.

송병철·김현아·조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