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유령이 아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진후 전 위원장은 ‘민주노총 김OO 성폭력 사건’과 2차 가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지켜야 할 피해자 중심주의를 훼손하고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피해자에게 큰 고통을 안겨줬다.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은 2008년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수행하던 남성 간부 김모씨가 이 전 위원장 도피를 돕던 전교조 소속 여교사를 성폭행하려던 사건이다. 김씨는 2009년 징역 3년형이 확정돼 복역한 후 출소했다.
정 전 위원장은 사건 발생 당시 수석부위원장이었고, 사건이 공론화되기 시작한 2009년 2월 이후엔 위원장으로 사건 해결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다. 그는 2차 가해자 박모씨를 민주노총에서 공문이 오기 전인 2009년 4월 1일까지 전임자로 근무시켰다. 또 2009년 전교조 여름 지회장 연수에서 피해자에게 어떤 문자도 받은 일이 없다고 거짓말했다가 거친 항의를 받고서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피해자는 “당사자들의 진심어린 반성도 없는 상태에서 조직 복귀는 부당하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전교조 성폭력징계재심위원회는 2009년 조합원 정모씨, 손모씨, 박모씨의 2차 가해 사건에 대해 민주노총 진상규명특별위원회의 진상조사 결과에 반하는 ‘조직적 은폐 조장 행위’에 대한 혐의 없음과 ‘전교조에 헌신한 점’을 들어 매우 경미한 ‘경고’ 조치를 결정해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안겨줬다.
또 전교조 58차 대의원대회는 피해자와 많은 대의원들의 요구 사항이었던 ▲성폭력징계재심위원회 재논의 ▲2차 가해자들의 3년 이상의 자숙 기간 ▲전교조를 성평등한 조직으로 만들기 위한 사업계획 제출 등을 부결시켰다. 이 대의원대회 이전 정 전 위원장은 피해자에게 독대를 요구했고, 그 자리에서 “사건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 그는 사건 해결에 대한 잘못으로 대의원들에게 ‘경고’를 받았다. 성폭력 사건 발생 당시 전교조 위원장에 대한 구명운동을 묵인했으며 게시판에 올라오는 악성 댓글들에 대해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하자 그것을 핑계로 피해자를 지지하는 글까지 삭제하도록 지시했다.
그는 피해자의 고통과 상처가 하루 빨리 아물어 조합 활동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지원하는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채 임기를 마감했다. 그는 피해자 지지모임에서 성폭력 사건 축소, 은폐와 2차 가해자들을 옹호한 전력을 문제 제기하자 지난 15일 자신은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킬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입장서를 내놓았다. 16일 전교조 현 집행부도 정 전 위원장의 입장을 두둔하는 입장서를 내놓았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유시민 대표 역시 피해 생존자의 의견은 들어보지도 않고, 그의 의견만을 들어 정 전 위원장이 사건 처리 당시 피해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최선을 다해 그 과정에 임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피해자를 우롱하고 기만한 정 전 위원장은 진보와 성평등이라는 기치를 내세우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로 절대 적당한 인물이 아니다. 통합진보당은 그의 비례대표 공천에 대해 책임지고 사과해야 한다. 그를 공천한 통합진보당은 더 이상 진보와 성평등이라는 기치를 내세울 수 없게 됐다.
그 같은 인물이 국회의원이 된다면 피해자는 고통스런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녀는 유령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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