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주점 또한번의 진화·2]허술한 규정 파고든 꼼수영업

'도우미' 부른 후 카운터에서 '코러스'로 근로계약서 작성

2012년 09월 13일 (목)

노래영상제작실에서 술을 팔고 여성 접대부를 알선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는 분명 불법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음악산업진흥법의 미비한 규정을 빌미로, 자신들만의 논리를 만들어 '합법'이라 강변한다. 술은 '세무서를 통해 적법하게 판매 면허를 얻어 업소 구석에 '소매점'을 만들었더니 손님들이 구입해 룸에 가져 갔다'고 변명하고, 여성들은 '도우미'가 아닌 '코러스'라고 주장한다. 여기엔 코러스로 일한다는 근로계약서까지 동원된다. 더구나 정식 유흥주점이었다면 보건증에 유흥접객원 명부까지 구비돼 있어야 하지만, 불법 보도방을 통해 공급되는 '코러스' 여성들은 성매매로 이어질 시 성병감염 등 2차 피해까지 파생될 수 있다. 실제 영업형태는 술에, 여성까지 가능한 유흥주점식이지만, 신고는 영상제작실로 돼 있다 보니 업주들은 매출의 40%대에 달하는 '유흥세'도 피할 수 있다.

"단속땐 코러스라 말해달라"
업주, 손님들에 대놓고 부탁
유흥업소 매출 40% 이르는
유흥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
"탈세의 온상이다" 지적도

■ 노래영상제작실 옆엔 항상 그 슈퍼마켓이 있다?

노래영상제작실에서 술을 팔 수 있었던 것은 종이 한 장 때문이었다. 세무당국의 너무도 허술한 규정 탓에 노래영상제작실에선 '가정용' 주류가 유통되고 있었다.

변칙 노래영상제작실 업주들은 술을 합법적으로 팔기 위해 업소 한 귀퉁이나 주변에 슈퍼마켓과 같은 '소매업' 신고를 한 뒤 사업자등록증을 받는다. 식품위생법상 300㎡ 미만의 소매점은 관할 구청에 별도로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주류를 판매하기 위한 별도의 신청절차도 없다. 이때 관련 서류에는 '주류 의제판매면허'라는 난이 있고 여기에 'V'자로 체크만 하면 끝이다. '의제' 면허란 따로 면허를 얻지 않아도 당연히 부여되는 법적 권리를 뜻하는 것이다.

가게 한 귀퉁이에 서류상의 '유령' 슈퍼가 생겼다면 주류도매상으로부터 술을 취급할 자격이 생긴다. 업주들은 이 술을 손님들에게 공급한 뒤 단속에 적발되면, "업소에서 판 게 아니라, 소매점에서 손님들이 구입해 객실로 가져 간 것"이라고 변명한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업주들의 논리다. 세무당국에선 일단 소매업 신고를 낼 때는 슈퍼마켓 등의 잡화점을 운영하기 위한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변칙 노래영상제작실에선 최소한의 슈퍼나 매점의 형태도 갖추지 않은 채 술 저장고 하나만 비치한 뒤 업소에 술을 공급하는 것은 규정 위반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이 경우 업소에선 '업소용' 술을 취급해야 하지만, '가정용'만 공급되는 탓에 주세법 위반이 된다는 입장이다. ┃그래픽 참조

■ 도우미가 코러스?

노래영상제작실에 공급되는 여성 도우미들은 코러스라 불린다. 업주들은 손님들에게 "단속 시엔 코러스라 말해 달라"고 대놓고 부탁을 하기도 한다.

일단 형식적으로나마 해당 업소는 노래영상을 제작하는 곳이니 여기에 화음을 곁들이는 일(?)을 하러 온 여성은 코러스로 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업주들은 코러스 여성들을 합법적인 척하기 위해 보도방을 통해 여성을 부르고는 카운터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한다. 코러스로서 근무시간과 근무형태, 시급 등을 명시해 근로자인 양 꾸미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사례 자체가 처음이어서 정확히 판단할 순 없다고 전제한 뒤 "업주와 여성이 개인적으로 작성하는 근로계약서가 공적인 근로계약서의 효력을 갖지는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코러스 여성들의 위생문제다. 이들 여성과 2차(성매매)도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지만 코러스들은 질병관리본부의 관리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반면 유흥접객원 여성들은 성매개 감염병 관리지침에 따라 3개월에 한 차례씩 성병검사를 받고 있다.

■ 탈세의 온상

술과 여성을 취급하는 곳. 변질된 노래영상제작실은 영업형태로만 보면 '유흥주점'과 마찬가지지만 매출의 40%에 육박하는 '유흥세' 부과대상에선 제외돼 있다. 탈세의 온상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일선의 유흥주점은 매출액 가운데 부가세(10%)와 개별소비세(10%), 유흥접객원 봉사료 원천징수와 교육세 등을 내야 한다. 또한 연간 2번 내는 재산세는 일반 자영업보다 16배(4%) 과세된다. 이를 전체 매출에 비교하면 40% 정도에 육박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노래영상제작실의 경우 부가세(10%) 외에 일반 자영업자와 비슷한 수준의 재산세 등이 전부다. 유흥업소와 비교하면 세금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수원의 한 유흥주점 업주는 "최근 기승을 부리는 노래영상제작실이 유흥업계의 손님들을 다 끌어 가고 있지만, 세금도 적게 내면서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선량하게 세금 납부하며 영업하는 업소들은 너무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세무당국 한 관계자는 "영업형태만 보면 유흥업소와 비슷하지만 이를 탈세로 보기엔 세무서에선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최해민·김민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