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의진 기자= 지적장애 3급의 A씨(41)는 청량리 일대 집창촌에서 일해온 성매매 여성이다.

울릉도 출신이라는 그는 어려서 부모에게 버림받아 고아원에서 자라다 이곳으로 팔려왔다. 얼마나 오랫동안 성매매 여성으로 살아왔는 지는 모르지만 10년은 족히 넘었다고 게 주변 사람들 얘기다.

그러다 지금의 남편 B(60)씨를 처음 만난 게 10년 전 즈음이다. 청계천 주변 봉제공장에서 옷을 가져다 팔던 B씨가 A씨를 처음 만난 장소도 성매매 업소였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다 오른 손을 크게 다친 B씨는 자신이 지체장애인이라 다른 여성들보다 A씨에게 더 마음이 갔다고 한다.

주기적으로 A씨를 찾아오던 B씨는 2007년 "어렵겠지만 같이 살자"며 고백을 했고 혼인 신고를 마치고 제기동에 신혼방을 차렸다.

하지만 성매매 말고 지적장애인인 A씨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기는 힘들었다. 결혼 전에 성매매 여성을 위한 기관에 입소해 새출발을 해보려고도 했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이들 장애인 부부는 매달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 75만원이 있었지만 돈이 궁해지면 A씨는 다시 청량리로 향해야만 했다.

그러는 동안 A씨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두 차례나 뱃속의 아이를 지워야 했고 낙태의 영향 탓인지 그 무렵부터 우울증을 앓기 시작했다.

A씨는 매주 1~2차례 이상은 술에 취해 신세를 한탄하며 하루하루를 보냈고, 남편 B씨가 이런 아내를 보살펴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모아둔 돈도 없이 이 동네 저 동네 여관을 전전하던 이들 부부는 지난해 여름부터 종로의 한 여관에 투숙해 살아왔다. 아이도 없이 A씨가 애지중지 1년 남짓 길러온 강아지 '초롱이'도 함께였다.

큰 희망도 없었지만 그나마 정을 붙이며 살아보려 했던 이들 장애인 부부의 작은 소망도 허락되지 않았다.

26일 아침 여관 골목을 청소한 뒤 여관 옆 대폿집에서 술을 한잔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던 B씨는 여관 입구에 가득 찬 검은 연기에 취기가 싹 달아났다.

A씨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보려 했지만 이미 접근할 수 없는 열기와 연기가 그를 문앞에서부터 막아섰다. A씨는 결국 여관방 화장실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날 정오 무렵 방 입구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해 A씨는 방 화장실로 숨어들었지만 장애로 거동이 불편한데다 밀려들어오는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질식해 죽었다.

B씨는 이날 저녁 경찰 조사를 마치고 다시 여관으로 돌아갔지만 화재로 타버린 방으로 들어갈 수 없어 여관 옆 대폿집으로 발길을 옮겨야만 했다.

취기가 오른 B씨는 "(불이 난 방 안에서) '살려달라, 살려달라'고 아내가 외쳤지만 구할 수가 없었어. 내가 줄일 놈이지, 죽일 놈이야"라며 한탄을 쏟아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여관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 중"이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나와서 조사해야 A씨의 정확한 사인과 화재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뉴스 1

보도일자 : 2013. 0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