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성매매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김해연 도의원의 전격적인 의원직 사퇴를 보는 심경은 착잡하다. 경남도민일보가 실시한 조사에서 최근 3년 연속 최우수 도의원으로 뽑힐 정도로 일 잘하는 도의원을 잃었다는 아쉬움이 적지 않다. 그가 없는 도의회에서 민자사업 거가대교의 부실과 특혜에 대해 누가 그만큼 발 벗고 규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진보 정당 소속 정치인의 윤리적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나 하는 실망감도 그 못지않게 크다. 김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고 법적 처벌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도민에게 실망과 충격을 안겨 준 일이 무마된다고 볼 수 없다. 본인은 마땅히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그러나 김 의원의 발언을 보면 자신의 과오를 제대로 반성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은 사퇴 발표에서, 종교적 신념에 따라 금욕적인 생활을 해왔지만 한 순간의 판단 착오로 그르친 일이라고 변명했다. 성매매 행위를 약자인 여성에 대한 남성의 권력욕이나 지배 욕구에서 빚어지는 범죄가 아닌, 성적 욕망을 참지 못하거나 한때 자제력을 잃은 실수쯤으로 치부함으로써 자신의 혐의를 애써 줄이려는 태도가 역력하다. 검찰 조사에서 그가 했다는 진술도 석연치 않다. 그는 유사 성매매 업소인 줄 전혀 모르고 호기심에 들어가 봤다가 때마침 경찰의 단속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상대 여성의 진술과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김 의원의 소속 정당이었던 진보신당 연대회의 경남도당은 "가장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지켜야 하는" 자당 소속 도의원의 불미스러운 일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성매매를 하지 않는 것이 상식적인 도덕률을 지키는 정도가 아니라 가장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지켜야 가능한 일로 치부되는 사회라면 한국 남성들의 성의식 수준이 심각하다. 성매매 천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남성들 사이에서 성매수 행위쯤이야 그럴 수 있는 일로 받아들여지는 문화가 만연한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진보신당 연대회의 경남도당이 강력한 당내 성인지 교육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본받아, 경남도의회와 각 정당 차원에서도 남성 의원들을 상대로 성인지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김해연 의원처럼 유능한 정치인이 한 순간에 추락하는 일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사설]성매수하는 남성 정치인 막으려면
  - 경남도민일보
출처 : 경남도민일보

보도일자 : 2013년 01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