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성매매 강요·폭행한 4명, 1심 ‘징역형’ 뒤집고 가정법원 송치

“피고인들에 대한 사건을 서울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한다.”

서울고등법원 형사9부 김주현 부장판사가 법정에 서있던 10대 4명을 향해 판결문을 읽었다. 최대 4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던 1심을 깬 것이다. 전과기록도 남지 않게 됐다. 피고인석에 서 있던 아이들은 고개를 떨군 채 훌쩍였다. 방청석에서 이들을 지켜보던 부모들도 울음을 터뜨렸다. 과거의 잘못을 씻고 다시 일어설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함께 가출한 친구에게 성매매를 강요한 뒤 돈을 받아챙기고, 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 선고로 아이들은 가정법원 소년부로 넘겨져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 처분을 받게 됐다.

이날 함께 법정에 선 아이들은 모두 불우한 환경 탓에 집을 나온 가출청소년이었다. 집을 나온 ㄱ·ㄴ양(19), ㄷ양(18), ㄹ군(18)은 먹고살 곳이 필요했지만 돈이 없었다. 결국 이들은 또 다른 가출청소년을 찾아 성매매를 시킨 뒤 돈을 받아 생활비를 벌기로 했다. ㄱ양 등은 2011년 9월~2012년 2월 가출 여학생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한 뒤 한 번에 2만~50만원씩 돈을 받아 가로챘다. 그리고 이 돈으로 숙박비와 PC방값, 밥값을 지불하며 가출생활을 이어갔다. 아이들은 피해학생들이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거나 피할 때마다 뺨을 때리고, 납치해 가두기도 했다.

1심 법원은 ㄱ양과 ㄴ양에게 각각 징역 장기 4년~단기 3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또 피해 여학생이 성매매를 하는 동안 모텔 앞에서 망을 보는 등의 범죄를 저지른 ㄷ양과 ㄹ군에 대해 징역 장기 2년~단기 1년6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실형 대신 기회를 주기로 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9부는 이 사건을 서울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해 다시 판단받도록 했다고 6일 밝혔다.

김주현 부장판사는 “범죄를 저지를 당시 불과 16~17살밖에 되지 않았던 어린 아이들에게 징역 4년이라는 무거운 형을 내릴 경우 이 아이들이 출소한 이후의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재판 때마다 방청석에 앉아 자녀를 지켜본 부모들이 재판부의 판단에 큰 영향을 줬다. 재판부는 부모들의 모습에서 아이들이 소년보호 처분을 마친 뒤 가정으로 돌아가면 새 출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법정에 나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아이들의 진심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김 부장판사는 “아이들이 저지른 죄에 비해 형벌이 가혹하다는 판단이 들어 사건을 소년부로 넘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ㄷ양의 경우 구치소 동료들이 ‘심성이 착하고 좋은 아이니 선처를 부탁드린다’는 탄원서를 직접 제출할 정도였다”며 “아이들이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사회와 가정의 책임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