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청소년 상당수 과거 성폭력 피해

여성개발원, 15명 심층면접…왜곡된 인식이 영향 미쳐, 가정·학교폭력도 상관관계

"(가출해서 밖에서 지내던 상황이었는데) 모르는 아저씨가 내가 있는 쪽으로 오는 거에요. 계속 '(성관계) 하자'고 요구해 싫다고 했어요. 이후 안 그럴 테니 목적지까지 태워주겠다고 해서 믿고 탔죠. (중략) 도로 같은데 차를 세우고 차 뒤로 가길래 '화장실 가는 모양이다' 싶었는데 갑자기 내가 앉아있던 뒷자리에 타서 그렇게 당했어요. 그 뒤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차피 당했는데'. 그때부터 계속 (성매매를) 한 거죠."

성매매 청소년의 상당수가 성매매 이전 성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성에 대한 노출은 가족이 해체되거나 다양한 폭력 속에서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데서 일어나는 사례가 많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 15일 공개한 '부산지역 청소년 성매매 예방 방안 연구'를 보면 성매매 경험이 있는 여성 청소년 15명을 심층 면접한 결과 14명이 성매매 이전에 성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8명은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고 6명은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했다.

보고서는 성폭력 경험이 '이왕 이렇게 된 것'이라는 인지적 왜곡 속에서 성매매에 관해 비합리적인 당위성을 부여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성폭력 이후에도 적절한 사후조처나 치료를 받지 못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또 어린 시절 성 경험은 여자 청소년에게 순결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을 하게 해 성매매를 좀 더 쉽게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특히 보고서는 성폭력을 비롯한 가정폭력, 학교폭력의 경험은 청소년이 가출을 결심하는 원인이 되고, 가출 후 유해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성매매로 유입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김향숙 부전현장상담소 소장은 "가정적으로 안정되고 자기관리가 되면 성매매로 흘러들지 않는다"며 "특히 청소년은 어려서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모를 정도로 자기관리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청소년의 성매매 예방을 위해 보고서는 ▷청소년 밀집지역 현장에 찾아가는 구호활동(아웃 리치) 강화 ▷가출 후 쉼터 등으로 가기 이전에 머물 수 있는 드롭인 센터(Drop-in Center) 확충 ▷청소년 전화 1388과 여성폭력긴급전화 1366 등 관련 센터 홍보 확대 등을 제안했다.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한 부산여성가족개발원 홍선영 연구위원은 "성매매 청소년은 사회의 안전망에서 벗어난, 다양한 폭력의 희생자"라며 "청소년이 성매매로 유입되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 국제신문

보도일자 : 2013. 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