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의 여성 종사자와 업주가 입을 열었다. 창원시와 경남도가 잇따라 서성동 집결지 폐쇄·재정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이들의 목소리와 구체적인 요구는 빠진 모양새였다.

이들은 행정의 일방적인 추진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 폐쇄 구상이 언론에 발표되면서 이들도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됐다. 여태껏 집결지에서 일하는 이들과 협의가 없었던 셈이다.

오는 6월 창원시의 재정비 기본구상 용역 결과 등을 계기로 사업이 본격화한다면, 행정과 여성단체가 집결지 일대에 이해관계가 있는 이들과 중지를 모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한 여성 종사자의 고백 = 지난 6일 오후 서성동 집결지에서 만난 한 여성 종사자는 재정비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는 "나도 동생이 중학생일 때부터 이 일을 해서 대학 졸업까지 시켰다. 정말 어렵게 생계형으로 일해서 가족을 먹여 살리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사정은 안 봐주고 밀어붙이는 것 같다"고 했다.

이곳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20대 중후반에서 40대까지 여성이 있는데, 폐쇄 소식을 접하고 하나 둘 떠날 준비도 한다고 이 여성은 전했다. 그러나 그는 집결지 폐쇄가 부작용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마산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전경. /경남도민일보 DB  

"이곳이 없어지면, 일단 먹고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면, 신종 퇴폐업소 같은 데로 빠질 수밖에 없다. 지난번에 창원에서 보도방 도우미 여성이 살해됐지 않느냐. 여기는 바깥에 사람이라도 있어서 안심할 수 있다. 우리 같은 사람은 어쩌면 여기가 안전지대다."

재취업 등으로 성매매 피해 여성 보호대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이 여성은 이런 정책의 실효성에도 물음표를 달았다.

그는 "재취업이나 생계비 지원이 이뤄져도 다달이 가족한테 돈을 부치고 있는데, 그러한 지원으로 생계 자체가 될까 걱정이다"고 하소연했다.

20여 년 전 업주들이 꾸려 활동 중인 '육삼회' 관계자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홍준표 도지사도 여기에 왔으면, 일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지 않느냐. 우리와 만난 적도 없고,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도 소식을 몰랐다. 여기가 사유지인데, 행정 마음대로 재개발이 추진될 수 있느냐"고 반발했다.

또, 이들은 "건물주, 업주, 아가씨, 청소나 밥하는 아주머니, 인근 밥집과 가게 주인, 가족까지…. 이곳이 없어지면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한 이들이 1000명 이상은 될 거다. 요즘 다들 '내는 어디로 가야 하노?'라고 말한다. 지금 생계 대책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지 않나"고 따졌다. 그러면서 육삼회 측은 협의 자리가 생기면, 당연히 나설 뜻이 있다고 밝혔다.

◇"일상적인 소통 중요" = 성매매 집결지 재정비에는 내부 구성원의 반발이 따르기 마련이다. 행정은 이들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재정비 추진도 구성원 의견부터 살펴 긴 호흡으로 이뤄져야 한다.

경남여성인권지원센터 박선애 소장은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여성 인권 보호와 자활, 재정비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민관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심사숙고해 계획을 세워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대화석을 마련할 수 있겠지만, 일상에서 꾸준한 소통도 중요하다. (사)강원여성인권지원공동체 춘천 길잡이의 집은 현재 성매매 집결지 가운데 컨테이너 상담소를 차려 업주와 여성 종사자를 만나고 있다.

이 단체 권혁희 이사장은 "경찰력 등에 의지 안 하고 여성과 업주를 평화롭게 설득하는 과정"이라며 "그동안 지자체장 의지를 통해 '춘천시 성매매 피해자 등 자활 지원 운영 조례' 제정이나 예산 확보 등도 뒷받침됐다"고 설명했다.〈끝〉

종사자와 소통없는 성매매 집결지 폐쇄 논의
출처 :  경남도민일보

보도일자 : 2013.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