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재정비에 대한 경남도와 창원시 의지는 어느 때보다 확고하다. 시·도의원의 시정 질문과 5분 발언 등을 계기로 홍준표 도지사는 현장을 방문했다. 홍 지사는 도의회에서도 이번 일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창원시도 기본구상을 위한 용역을 시작하는 등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다.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곳은 유리방 형태로 남은 도내 유일 성매매 집결지다.

이처럼 '서성동 집결지 재정비'라는 쟁점을 놓고 도와 시가 경쟁하는 듯 보인다. 성급했던 것도 사실이다.

여성 종사자, 업주, 상인과 주민 의견을 꼼꼼히 살피지 않은 채 의지를 밝혀 버렸다. 재정비가 추진되면, 시와 도, 여성단체의 협력은 물론 세세한 역할 분담이 필요해 보인다.

◇창원시와 경남도, 협력을 넘어 = 타지역 예에서 알 수 있듯 집결지 재정비는 한두 해 만에 뚝딱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길면 십수 년이 걸렸다.

'청량리 588'로 불리던 서울 동대문구 성매매 집결지 일대가 최고 200m 높이 타워와 주상복합 빌딩촌으로 바뀐다는 계획이 확정된 것도 지난해 12월이다. 2004년부터 사라진다는 얘기가 돌았지만, 반대 여론에다 소송 제기로 갈등을 겪었고 개발 면적은 줄어들었다.

행정 의지가 강한 시의 재정비 계획이 나왔다가 단체장이 바뀌어 슬그머니 없어지거나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 사업 연속성을 위해 무엇보다 '장기'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

창원시는 6월 용역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를 보고 사업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경남도는 도내 7개 여성 인권상담소와 성매매 여성에 대한 내실 있는 지원책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여성 개개인 사례를 관리하고, 재취업이나 복지 혜택을 누리도록 힘쓰겠다는 것이다. 도에 따르면 한 해 예산 1억 4000만 원으로 현재 경남여성인권지원센터에 상담과 직업 훈련 프로그램이 있다.

경남여성인권지원센터 박선애 소장은 "지자체가 얼마나 적극성을 가지고 추진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너무 급하게 몰아가선 안 되지만, 그렇다고 지체되어서도 안 된다.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비' 개념부터 잡아야 = 집결지 재정비는 크게 두 갈래로 앞날을 내다볼 수 있다. 서울 등 수도권은 대부분 건설업체가 고층 건물이나 아파트 단지를 짓는 형식이다. 반면, 공영개발도 있다. 민간 자본이 투자할 매력을 못 느끼거나 지자체가 필요해 공원이나 주차장, 주거단지 등으로 조성하는 거다. 예산 문제가 따를 수밖에 없다.

만약 규모가 큰 재개발로 이어지면, 마산지역만 해도 다른 재개발 구역이 많아 갈등이나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또한, 업주 일부에선 '이주'라는 강수를 둬 협의가 순탄치만 않을 것으로 보인다.

1890년대 후반 마산항 개항 이후 성매매 여성이 등장해 서성동 집결지는 1920년대부터 현 유리방 형태로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오래된 건물이 있어 가치도 따져봐야 한다.

창원시의회 이옥선(현동·가포·월영·문화·반월·중앙동) 의원은 "도심 공원, 주거단지 등 여러 방안이 있겠지만, 일본식 가옥 등 근대 건조물이 있는지 꼼꼼하게 훑어보고, 유지 방안도 찾아야 한다"며 "건물 일부를 시민 교육관이나 전시관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의견을 공청회와 토론회에서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2002년 감금 상태에 있던 여성 종사자 등 15명이 숨진 전북 군산시 개복동 유흥주점 화재 참사 현장은 흉물로 남아 있다 지난달부터 안전 문제로 헐렸다. 여성단체는 이곳이 여성 인권 착취를 상징한다며 보존 주장을 펴기도 했다. 서성동 사례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송경숙 센터장은 "성매매 업소 내부 모형을 갖춘 기념관을 지어 당시 참사를 기억하고 인권 교육 현장으로 활용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성매매 집결지 정비, 속도보다 지속성 더 중요
출처 : 경남도민일보

보도일자 : 2013. 0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