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필리핀 미리암대 오로라 자바(Aurora Javate de Dios) 교수는 “동남아 지역에서는 경제적인 문제가 성매매를 번성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며, 결국 이로 인해 이 지역의 많은 국가들이 성착취 인신매매의 최종 도착지가 되곤 한다”고 말했다. 2010년 미 국무부 인신매매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적·국제적으로 발생하는 인신매매는 그 이윤이 연간 310억 달러에 달하는 조직범죄 중 하나다. 오로라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전 세계 인신매매 교역의 3분의 1이 동남아, 특히 역사적으로 국경 통제가 느슨하고, 교역이나 개인적 이유로 사람들이 국경을 자주 넘나드는 메콩강 지역에서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인신매매 피해자의 70%가 여성과 아동이며 인신매매의 56%는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 이 지역에서 인신매매 되는 여성과 여아의 숫자가 20만에서 22만5000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아세안 지역, 특히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태국 등의 메콩강 지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등 말레이군도는 인신매매의 송출, 경유, 목적지로 알려져 있다.

오로라 교수는 이어 아세안 지역 각국의 인신매매 동향에 대해 발표했다. ‘세계 성매매의 수도’라는 오명을 갖고 있는 태국의 경우, 성매매업소, 고고바, 가라오케, 마사지업소, 이발소, 맥주집, 에스코트 에이전시 등의 성산업이 수백만 달러 규모에 달한다. 이는 태국 정부의 연간 예산의 두 배다. 소아성애자들의 천국으로 알려지기도 했던 캄보디아는 1980년대 평화유지군이 주둔하면서 여성과 아동 성착취의 중심지가 됐으며 한때 지역 내에서 최고의 에이즈 발생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여성들은 걸프 연안국, 말레이시아, 대만, 뉴질랜드, 이집트, 미국 등지로 가정부 혹은 성착취를 목적으로 인신매매되고 있으며, 베트남은 중국, 마카오, 대만, 한국 등지로의 국제 결혼 송출국이다. 빈곤 때문에 인신매매의 주요 송출국으로 간주되고 있는 라오스는 남성과 여성, 아동들이 말레이시아, 태국, 중국 등지의 공장이나 농장, 어업에서 강제노역이나 가정부로 일하도록 인신매매 된다.

필리핀 또한 국내 주요 도시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일본, 한국으로 고용 또는 혼인을 위장한 인신매매로 피해를 입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여한 여성인신매매반대연합 아·태지부(CATW-AP) 장 엔리케즈(Jean Enriquez) 대표는 한국 남성들의 성매매 관광 실태에 대해 고발했다. 엔리케즈 대표는 “한국인 관광객이 2011년 총 관광객의 23.62%(92만4204명)를 차지하고, 미국 15.94%, 일본 9.59%, 중국과 대만이 각각 16.21%, 4.64%였으며, 관광객의 62% 이상이 남성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세계적인 관광명소 보라카이를 방문하는 전체 관광객 중 한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성매매 관광객 역시 한국인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 남성은 성매매가 이뤄지는 나이트클럽과 마사지업소의 주요 고객으로 마카티 지역의 업소를 단속해 구출해낸 여성들은 2500~3000페소(50~60달러)에 일본, 한국, 중국인과의 성매매를 강요받았다고 증언했다”고 지적했다.

엔리케즈 대표는 국제적 인신매매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의 법들이 서로 조율돼야 한다”며 “송출국에서 아동과 여성이 ‘공급’되는 현상에 대응하더라도 목적국에서 성 구매 수요에 대해 해결하지 않으면 인신매매는 계속적으로 번성할 것이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두레방 유영님 원장은 “국경을 넘어서 이루어지는 성착취, 인신매매와 성 구매 수요는 세계화와 이주노동의 어두운 단면”이라며 “이제 인신매매와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며 국제적 차원의 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2013 여성신문의 약속 - 여성이 힘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 : 여성신문

보도일자 : 2013.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