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말을 말지" 성매매 집결지 대책 '빨간불'
이리저리 돌고도는 용역 보고서…"재정비 논의 안 한만 못해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법률(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지 9년이 흘렀지만 '성매매'와 '성매매 종사 여성 집결지' 문제는 여전히 우리 사회 음지 속에 웅크리고 있다.

마산지역에 있는 '서성동 집결지'에는 유리방 형태의 여인숙 28곳이 있고, 이곳에 머무르는 여성은 110여 명에 이른다. 서성동 집결지는 도심 한가운데, 그것도 주택가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어 인근 주민들로부터 '폐쇄' 요청이 빗발쳤다. 하지만 간헐적인 경찰의 단속만 이어졌을 뿐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서성동 집결지에 대한 논의가 양지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2011년 '서성동 집결지 재정비 대책위원회'가 출범했고 수차례 주민간담회가 이어졌다. 그리고 정치인들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2012년 12월 이옥선 창원시의원이 집결지 재정비와 관련한 시정질의를 한데 이어 지난 2월 임경숙 도의원이 5분 발언을 통해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그리고 드디어 2월 마산을 방문한 홍준표 도지사가 서성동 집결지 폐쇄 검토를 지시했다. 연이어 창원시는 서성동 집결지 재정비를 위한 용역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경남도와 창원시가 손발을 맞추는 모습에 인근 주민들은 1905년부터 형성된 이곳 집결지가 곧 사라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경남도와 창원시는 서성동 집결지 재정비를 위한 후속 정책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에 관여해온 이들은 "자기들이 다 하겠다고 발표만 해놓고 진척되는 건 하나도 없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경남도와 창원시가 '서성동 집결지 재정비'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만 했을 뿐 결정적인 순간에 와서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는 사이 정작 집결지 내에 거주하는 여성들은 더욱 깊은 '음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집결지 '폐쇄' 소식에 긴장한 업주들이 여성인권 단체의 일상적인 상담 활동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등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민들은 주민들대로 "대체 언제 재정비 사업이 시작되는 것이냐"며 애를 태우고 있다.

경남도는 창원시의 책임을 묻고 있다. 경남도 여성가족정책관실 관계자는 "창원시의 용역 결과가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 아직 그 내용을 모르고 있다. 용역 결과에 바탕을 둔 창원시의 결정에 따라 우리의 방향도 세울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관계자는 "도시 정비 문제는 창원시의 책임이고 이 부분이 해결돼야 여성 종사자들의 재취업 문제 등 경남도의 후속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성동 집결지 재정비를 위한 용역에 착수한 창원시는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서성동 집결지 재정비를 추진할 주관 부서가 어디인지를 놓고 시청 내에서 부서 간 책임 떠넘기기 양상까지 비치고 있다.

창원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집결지 재정비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면서 용역을 추진했고 분석을 해본 것이다. 용역 결과는 (재정비 사업을 추진할) 해당 부서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반면 여성보육과 관계자는 "용역 결과를 업무 참고용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당장 우리가 추진할 수 있는 일은 피해 여성에 대한 지원과 보호사업"이라고 밝혔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서성동 집결지 재정비 용역 보고서가 시청 내에서만 이리저리 떠넘겨지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창원시 일각에서는 지난 2월 서성동 집결지 재정비 검토 지시를 한 홍준표 지시가 말 한마디로 정치적 이득만 챙기면서 이에 투입될 막대한 예산 등은 창원시 몫으로만 떠넘기려 한다'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서성동 집결지 한 업주는 "폐쇄한다는 이야기는 나왔는데 경남도와 창원시에서 구체적인 제안이 들어온 게 없다"고 밝혔다.

또한 경남여성인권지원센터 관계자는 "재정비 논의가 활발해진 후 집결지 여성들과의 관계가 더 악화됐다. 상담 지원 성과도 예전만 못하다"고 밝혔다.

정치인들과 지자체가 변죽만 울리고 구체적인 시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서성동 집결지를 둘러싼 '음지'의 어둠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출처 : 경남도민일보

보도일자 : 2013.0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