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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2 13:3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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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국가들, 성매매ㆍ마약거래도 GDP로 집계 시작

유럽 각국이 성매매와 마약거래, 밀수 등 지하 경제를 국내총생산(GDP) 집계에 포함시키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관인 유로스탯이 각국에 2015년 GDP 통계부터 지하경제를 포함시키도록 요구하면서 오는 9월까지 각국의 GDP 집계 방식을 바꾸게 했기 때문이다.

9일 가디언은 스페인 사례를 전하면서 통계청 직원들이 성매매 업주들의 모임인 '대안클럽'에 전화를 걸어 업소당 성매매 종사자수와 이들이 하루에 받는 손님의 수, 요금의 평균치를 물어왔다고 전했다. 이 단체는 업소당 평균 50명의 직원이 있으며, 이들은 하루에 4~8명의 손님에게서 40~70유로씩의 돈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스페인 당국은 약 30만명이 종사하는 성매매 산업의 규모가 매년 약 100억유로(약 13조 8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남미에서 생산된 마약이 유럽으로 들어오는 통로인 스페인의 마약거래 규모는 연간 57억유로로 추정된다. 성매매와 마약거래를 포함할 경우 스페인 GDP는 1.5% 증가한다. 유로스탯에 따르면 비슷한 방식으로 집계할 경우 영국은 4%, 마피아가 있는 이탈리아는 2.4%, 핀란드와 스웨덴은 5%까지 GDP가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 전체로는 경제 규모가 2.4% 커지는 것으로 나왔다.

EU 집행위원회는 성매매와 마약거래를 합법화한 네덜란드 같은 나라들과의 GDP 집계 방식을 조화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작소 방크의 이코노미스트 크리스토퍼 뎀빅은 "실제로는 무엇보다 정치적인 고려에서 내려진 결정"이라며 "GDP 규모를 키워 재정적자 비중을 GDP의 3% 내로 유지해야 한다는 재정 준칙을 달성하지 못한 나라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돈이 오간다는 이유로 성매매와 마약거래 같은 불법적인 활동도 GDP에 포함되는데, 인신매매나 장기거래, 강제노동은 왜 포함시키지 않느냐는 반문도 따른다. 사인 간 합의된 자유로운 거래로만 제한한다는 조건을 붙였지만 경제활동의 합법ㆍ불법의 경계가 무너진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지하경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GDP 증가 효과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재정적자를 3%대로 맞추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프랑스도 도덕적인 이유로 성매매와 마약거래 등을 GDP집계에 포함시키는 데 반대하고 있다.

로낭 마유 프랑스 통계청장은 "여성을 찾취하는 매매춘은 사인 간 합의된 자유로운 거래로 볼 수 없다"며 "마약, 특히 강력 마약의 경우에도 중독 문제를 고려할 때에 의문이 따른다"고 밝혔다.

보도일자 : 2014. 6.10.
출처 :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