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의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 24개를 폐쇄하기로 결정한 이후 집창촌을 떠나려고 하는 성매매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막상 그곳을 떠나면 생게가 막막하다는 것이다. 대구나 경북지역의 성매매 집결지의 업주나 여성들도 그곳을 떠나라는 압박을 받고 있지만 떠나려고 해도 갈 곳이 없다고 한다. 정부나 지자체가 강제적으로 집창촌을 폐쇄하기 전에 그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주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다.

성매매 집결지는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단속이 강화되면서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 그런데 지난 달 31일 정부는 전국의 잡창촌을 폐쇄하기로 방침을 세운 후 여성가족부, 지자체, 경찰 등이 테스크포스(TF)까지 구성해 성매매업소의 범죄 수익을 몰수하기로 하고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갔다. 겨우 명맥을 유지해 왔던 대구의 속칭 자갈마당이나 포항의 옛 역사 부근 성매매 종사자들도 집창촌 폐쇄의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나 성매매 종사자들은 대부분이 낮은 학력에다 별다른 기술도 없어 집창촌이 폐쇄되면 먹고 살 길이 없다고 한다. 특히 그들의 3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50대 이상의 여성들은 더욱 앞이 캄캄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국의 성매매 종사자 450여 명이 춘천 시청 앞에 모여 ‘집창촌 폐쇄를 중단하고 자활프로그램을 현실적으로 개선하는 등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개도 나갈 곳을 보고 쫓으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과거에 성매매 종사자 자활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들은 학력이나 경력 부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취업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네일숍, 마사지숍, 소규모 음식점 등이나 미용사, 요양보호사, 간병사 등으로 전직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그 쪽에서도 취업 경쟁이 심해졌고 또 재활 교육을 받지 위해 정부가 지급하던 40만원 정도의 자립지원금마저 2009년부터 끊기면서 성매매 종사자들이 직업교육을 받기도 힘들어졌다 한다.

대구의 자갈마당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도시철도 3호선 역사가 들어서는 등 도시개발로 저절로 폐쇄될 전망이다. 구 포항역 인근의 집창촌도 주민의 민원과 정부의 단속으로 폐쇄될 운명이다. 그러면 당장 두 곳의 성매매 종사자 400여 명이 갈 곳을 잃는다. 정부는 단속하기 전에 그들에게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해주는 것이 순서이다. 그냥 그들을 내모는 것은 성매매 장소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보도일자 : 2015. 04. 20
출처 : 대구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