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가출 청소녀들이 성매매의 피해자에서 성매매를 직접 알선하는 가해자로 바뀌고 있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실이 지난해 10월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성매매사범 연령별 사범 현황’에 따르면 2008년 4만7869명이던 전체 성매매사범이 2012년 절반 수준인 2만903명으로 떨어지는 동안 18세 이하 미성년자 중 성매매사범의 수는 2008년 388명에서 2011년 557명, 2012년 541명으로 늘어났다. 21세 이상 모든 연령에서 성매매 사범이 답보 상태거나 줄어든 반면 20세 이하 청소년 성매매 사범만 유일하게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성매매 사범 중 이렇듯 10대가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가출 청소녀들을 비롯해 10대의 경우 성매매에서 알선으로 이어지는 특징을 보이기 때문이다. 가출 청소녀들은 가출 후 편의점이나 PC방에서 가장 많이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조건만남의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단란주점, 티켓다방 등 성매매 업소를 포함할 경우 가출 청소녀의 3분의 1은 성매매 경험이 있다는 게 여성인권단체들의 지적이다.

10대 여자아이가 ‘또래 포주’로 10대 여자아이를 가해하는 끔찍한 상황이 이어진 것은 결핍된 가정환경에 놓인 아이들이 아주 어린 시절에 성매매나 성폭력에 노출되는 것이 시작점이다. 채팅을 통해 초등학교 고학년 때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자아이들이 가출을 한 후 성매매 협조자로 나섰다가 임신중절 경험까지 하게 되면 생존을 위해 자기보다 어린 여자아이들을 유입시켜 성매매를 시킨다. 10대 여자아이들은 간단한 앱으로 유흥업소 같은 성매매 업체의 도움 없이도 직접 성매수 남성을 모집한 뒤 자신보다 더 어린 아이들을 내보내 포주 노릇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중·고교생인 여자아이들이 초등학교 5, 6학년생을 납치해서 감금한 후 성매매를 시켜 성매매 강요죄로 구속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가출‘팸’을 만들어 인터넷 채팅 사이트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소위 성을 구매할 남성을 물색하고 성 매수를 한 상대 남성을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는 등 2차 범죄도 저지른다. 이렇게 얻은 범죄 수익은 가출팸의 유지를 위해 재투자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0대 여자아이들은 자신들을 보호해줄 성인 남성들을 보호자로 유입시킨다”며 “성매수자인 남성들이 돈을 떼먹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불법적인 경로로 만난 성인 남성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전국을 떠돌아다니면서 모텔을 거점으로 성매매에 나서는데 자신들이 유인한 초등학교 고학년 여자아이들이 귀가하겠다고 나서면 끔찍한 고문을 일삼는다. 남성들은 성폭행으로 보복하고, 가해자인 여자아이들은 담뱃불로 지지고 성기에 이물질을 삽입하는 끔찍한 행위를 저지른다.

10대 여자아이들이 ‘또래포주’가 되는 주범은 역시 인터넷이다.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 유통과 온라인 성매매가 이전보다 훨씬 쉽고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요즘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채팅앱이 등장하면서 청소년음란물 유통과 성매매의 온상이 인터넷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서로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의 랜덤채팅이 문제다.

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스마트폰으로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는 채팅앱은 100여 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청이 그중 회원 수가 약 60만 명인 A 채팅앱을 대상으로 수사한 결과 한 달간 ‘조건만남’ ‘원조교제’ 등으로 성매매를 암시한 메시지를 전송한 성인 남성은 1만여 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매매춘 시스템이 번성하고 있는데도 경찰청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터넷 성매매는 성매매 알선 사이트에 남은 IP 주소를 추적해 알선책과 성매수 남성을 검거할 수 있지만 랜덤채팅은 채팅 앱 개발업체를 적발해도 그 서버엔 접속자 관련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서 검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스마트폰 기기의 고유 주소가 통상 10일~1개월만 지나면 삭제되기 때문인 것과 관련이 있다.

미국과 영국, 호주 등은 인터넷으로 미성년자의 성을 착취하려는 시도만으로 처벌을 한다. 즉 인터넷 상의 대화 내용이 처벌 대상이 된다. 이를 위해 제한적으로 유도수사를 허용하는 등 청소년 성보호에 대해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다.

이 교수는 “선진국처럼 ‘아동유인방지법(Anti-Grooming Law)’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미국과 영국, 호주, 스웨덴, 싱가포르 등은 아동·청소년이 성폭력 피해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범행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전정보의 입수만으로 그 정보를 범죄 행위의 증거로 채택해 범인의 검거와 처벌 이유가 되도록 하고 있다. 이 교수는 “사후약방문식의 형사정책 이외에도 새로운 성적 가치질서 확립에 도움이 되는 예방적 차원의 법률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유승희 의원은 특히 “청소년이 성매매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중·고교에서 성폭력예방교육을 제대로 시행하고,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사범으로 단속된 청소년에 대해서도 현장 전문가들과의 상담 연계, 교육 등을 통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도일자 : 2015. 1. 15
출처 : 여성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