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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5 11: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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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멈추더니 “아가씨 찾아요?” 보안 깐깐해진 가락시장 퇴폐 업소

지난달 24일 오후 11시경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옆 송파대로 인도에 서 있던 기자 앞에 승용차 한 대가 멈췄다. 구형 SM5 차량이었다. 조수석 창문이 내려갔다.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20대 여성이 고개를 내밀었다.

“아가씨 찾아요? 우리 집 괜찮아요. 다른 곳은 단속이 심해 제대로 놀 수 없다니까.”

운전석에는 건장한 남성이 앉아 있었다. 기자가 고개를 가로젓자 여성은 창문을 올리고 떠났다.

서울지하철 3·8호선 가락시장역 3·4번 출구 일대는 송파구에서 가장 번화한 유흥가다. 수년 전부터 노래방과 마사지업소 등 각종 유흥업소가 자리를 잡았다. 낮부터 손님이 많다. 주로 새벽시장에서 물건을 팔아 현금이 두둑한 상인과 유통업자들이다. 밤이 되면 회사원들이 몰려든다.

지난해 가락시장 재단장 공사가 끝나면서 업소들이 더 늘어났다. 퇴폐 영업은 물론이고 노골적으로 2차 영업을 하는 업소도 많았다. 주변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지난해 가을 송파구청과 경찰이 집중단속에 나섰다. 많을 때 200개에 이르던 노래방(또는 노래방을 빙자한 불법 업소) 숫자가 반 토막 났다. 그러나 여전히 ‘음지 영업’이 벌어지고 있다.

● 보안 철저해진 퇴폐 유흥업소

지난달 24일과 30일 둘러본 가락시장 주변 유흥업소의 보안은 한층 깐깐해졌다. 상당수 문을 닫아걸고 폐쇄회로(CC)TV로 확인한 뒤 들여보냈다. 예약제로 손님을 받는 곳도 있었다. 한 노래방은 입구 2개 중 한 곳의 문을 걸어 잠궜다. 아예 불도 껐다. 다른 쪽 입구는 건전한 노래방처럼 꾸며놓았다.

흉흉한 소문도 돌고 있었다. 퇴폐업소에서 일하는 여종업원이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에 걸렸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유흥주점 같은 곳에선 여종업원 명단과 ‘건강진단결과서’까지 손님에게 보여주는 곳도 있었다. 한 노래방 업주는 “문을 잠근 채 영업하는 노래방은 100% 성매매하는 곳으로 보면 된다”라고 귀띔했다.

최근 퇴폐업소의 은밀한 영업 비결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얼마 전 노래방 업주 이모 씨(57)가 구속되자 퇴폐업소 사장들이 발칵 뒤집혔다. 이 씨는 성매매 알선 혐의 등으로 적발되자 간부급 경찰 2명에게 돈을 준 혐의(뇌물공여)를 받고 있다. ‘마당발’로 꼽히던 이 씨가 어떤 진술을 할지 다른 업주들이 전전긍긍한다는 얘기다.

업주들에 따르면 이 씨는 “경찰수사를 무마해주겠다”며 다른 업소로부터 200만 원씩 받아갔다고 한다. 지난해 여름부터 이곳에서 일했다는 한 여종업원은 “자신을 경찰이라고 밝힌 손님들이 자주 업소를 찾았다.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신분증을 보여준 사람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퇴폐영업이 사라지지 않자 주민들은 여전히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하교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버젓이 호객행위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주민 A 씨는 “가을부터 사라진 대리기사와 택시들이 요즘 새벽에 다시 늘어났다. 문 닫았던 업소들이 다시 돌아온다는 뜻이다”라고 걱정했다. 다른 여종업원 역시 “노래방에 안주로 과일을 대는 업자가 최근에 주문이 늘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향후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가락시장 불똥 튄 길동 유흥가

가락시장 단속 여파는 약 7㎞ 떨어진 강동구 길동에 미치는 분위기다. 지난달 24일 0시 무렵 길동 노래방 30여 곳을 찾았다. 성매매가 안 된다는 업소는 3곳에 불과했다. 성매매는 노래방 안이나 주변 모텔에서 이뤄졌다. 한 노래방 주인은 “노래방 안에서는 10만 원, 모텔로 가면 20만 원”이라고 말했다. 업주들은 “가락시장을 단속하니까 손님들이 여기로 몰린다. 다만 이곳이 유명해지면 단속이 심해질까 걱정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강동구청은 이런 실태를 자세히 알지 못했다. 구청 측은 “길동 쪽 노래방은 구조적으로 성매매가 일어나기 어렵다. 단속 건수도 10건 미만이다”라고 말했다.

보도일자: 2018. 02. 04.
출처: dongA.com